임경자 씨
“우리의 만남은 축복입니다. 아이들로 인해 오히려 제 삶이 바뀌었습니다.”
매년 5월 22일은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가정위탁의 날’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날은 ‘친가정과 위탁가정 두(2) 가정
이 내 아이와 위탁아동 두(2) 아이를 행복한 가정에서 잘 키우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정위탁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중구 대흥동 대전사회복지회관 내)에서 만난 임경자(48·서구 도마동)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이런 저런 사연으로 친가정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세 아이를 사랑으로 양육해온 위대
한 어머니다.
아동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 포상(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임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위탁모로 활동해온 가슴 따뜻한 주
부로, 해체·위기가정 자녀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데 크게 기여하며 가정위탁보호사업 활성화를 위해 위탁부모 양성교육 강
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남편 장세은(54) 씨와의 사이에 24·21살 된 남매를 둔 임 씨는 친모의 학대 및 친부의 방임으로 긴급하게 보
호가 필요한 9살 남아, 친부모의 이혼 후 친모 연락두절, 친부의 채무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4살 여아를 맡아 보
살핀 후 각각 2개월,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친가정에 복귀시켰고, 현재는 고교 2학년인 백 모 군, 초등학교 6학년인 박 모 군, 4살
배기 안 모 군 등 세 명의 위탁아동을 양육하고 있다.
백 군은 친모의 급작스러운 사망과 친부의 사업 실패로 갈곳을 잃었던 2007년 1월(당시 10세), 불화를 겪던 친부모의 이혼 후
친모가 방임한 박 군도 같은 해 10월(당시 5세) 임 씨와 인연을 맺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안 군은 친모의 가출 후 뇌병병
장애인인 친부 슬하에서 성장할 수 없어 생후 22개월이던 2013년 12월 임 씨의 품에 안겼다.
임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로 인해 결혼 초 절망에 빠졌지만 위탁모의 역할을 하면서 내가 힘을 얻어 행복해지고 큰 보람
을 느낀다. 어두웠던 내 표정이 명랑하게 바뀐 것도 다 아이들 덕분”이라며 “아이들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남편의 지지가 든든
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임 씨는 “기도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은 ‘어차피 친가정으로 보낼 아이들인데 너무 정을
주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우리 가족’이 안 되면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없다. 언제 헤어질지 모르지만 모두가 내 친자식과도 같
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적장애로 인해 앞날이 걱정됐던 아들이 동생들과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길러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
게 됐다. 내가 아이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아이들이 간혹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지만 사랑으로 감싸면 다시 바른 길
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돼 참으로 기특하고 흐뭇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금강일보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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