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잘 살아준 내 스스로가 대견하고 고맙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남은 인생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자.’
소한(小寒)인 6일 대전에선 매우 특별한 자서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가 중구 대흥동 대전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10명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삶이
담긴 ‘내 인생이 곧,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책자를 들고 벅찬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과거로의 여행, 대찬인생’이란 부제가 붙은 자서전은 자식의 부재(사망·행방불명 등)로 청소년기 손자녀들을 양육하는 할머니
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 각가지 눈물 젖는 사연을 담았다.
공식적으로는 ‘대리위탁부모’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 후원으로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가 실시한 ‘건강한
위탁가정 만들기 프로젝트’ 참여자들로, 60~80년의 삶을 살아오며 평생 처음 자서전 쓰기를 체험하면서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새삼 이해하는 계기를 얻게 됐다.
이들은 ‘내 인생의 그래프’, ‘출생&가족 이야기’, ‘일과 역할’, ‘사랑과 증오’, ‘그땐 그랬었지’, ‘이별과 죽음&황혼’, ‘기억되기를 바
라는 나의 모습’,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의 항목으로 자서전을 구성해 기쁨과 환희,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지난 삶을 담백하게 풀
어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불리며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황혼기에 접어들어 자서전을 내면서 소중한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적었다.
‘복이, 학진, 화자, 수자, 경숙, 기임, 혜은, 유화, 인자, 소익.’
어찌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 정겨운 이름을 가진 할머니들에게 인생은 때로 ‘즐거운 것’이기도 하고 한없이 ‘덧없는 것’이기도
했다. 또 ‘베풀며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임을 깨닫게 됐고,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이자 ‘별과 같은 것’이고, ‘날씨처럼 변화무쌍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영신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자서전이라 하면 대부분 유명 인사들의 성공 이야기를 쓴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똑같은 인생을 살지 않기에 ‘내 인생이 곧, 화양연화’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는 대리위탁부모님들의 각자의 특별한
인생이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작가의 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사진=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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