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많은 기념일이 있다. 22일은 다른 기념일에 비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기념일이다. 바로 ‘가정위탁의 날’이 그것이다. ‘친가정과 위탁가정의 아이를 함께 잘 키우자’라는 의미의 이날은 가정위탁을 활성화하고 가정위탁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자 지난 2004년 제정됐다. 가정위탁은 부모의 학대·방임·질병, 기타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일정기간 위탁가정을 제공해 보호·양육함으로써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친가정이 가족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동복지서비스다.
◆최길순 위탁모와 남편 정유근 목사
제11회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이영신)에서 만난 최길순(49) 씨는 현재 3명의 위탁아동을 양육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남 군, 초등학교 6학년인 권 군, 5학년인 박 군 등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 최 씨의 품에 안긴 것은 남 군이 8살이던 2007년, 권 군과 박 군은 각각 8살, 7살이던 2009년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친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위탁보호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되찾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 5일 제92회 어린이날을 맞아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최 씨가 위탁모로서의 삶을 살게 된 데는 남편 정유근(50) 목사(승리침례교회)의 든든한 외조 덕분이다. 서구 도마동에서 새싹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이들 부부가 가정위탁사업에 참여하게 된 데는 기도로 간구해 얻은 ‘미래를 이끌 차세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신앙적 소명 때문이었다.
정유근·최길순 부부는 2005년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문제아로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을 돌봤지만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데 회의를 느꼈고, 센터 운영만으론 아이들을 치유하는 데 한계를 절감, “상처받은 아이들을 직접 키워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정 목사는 “목회 실패 후 방황을 하다 아동·청소년 사역, 가정위탁을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으로 받아들였지만 처음엔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은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밝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 씨는 “세 아들 외에도 구청·학교 측의 요청으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여자아이 셋을 각각 2~4년간 위탁보호해 자립을 돕거나 친가정으로 복귀시키기도 했다”며 “어느 가정이든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같다. 상처로 억눌려 있는 아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 5. 22
최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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