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용돈을 받고 싶다고 해서 한 달 전부터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기 시작했어요. 경제 관념이 생길 때도 됐고 해서 어떻
게 쓰나 봤는데, 저축은커녕 2~3일 만에 다 써버리네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
부모들 중에는 A씨처럼 뒤늦게 자녀의 그릇된 경제관념을 알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라도 경제교육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이런 부모들을 위해 행복경제교육연구소 이
영재 소장에게서 자녀 경제교육 방법을 들어봤다.
◆경제교육의 8할은 ‘욕망조절 교육’
경제교육에도 ‘적기(適期)’가 있다. 자녀가 적극적으로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쉽게 말하면 ‘자녀가 마트 장난감 진
열대 앞에서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면’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숫자 개념도 없는 어린 자녀에게 경제교육이 가능할까. 이 소장은 “흔히 경제교육이라고 하면 수요공급법칙 같은 이론이나 돈
을 쓰고 모으는 법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 조절 교육”이라며 “이 부분이 경제교육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이런 본능을 이성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출
발점이다. 그럼 실전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는 자녀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경제교육은 자녀가 적극적으로 물건에 대한 욕망을 표출할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장난감 코너가 크
리스마스를 앞두고 북적이는 모습.
우선 자녀가 원하는 물건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사주고, 그렇지 않다면 사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만 화를 내서 혼뜨검을 만나게 하면 자녀를 더 자극할 수 있으므로 금물이다. 자녀들이 떼를 쓰
는 이유는 그 물건을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본인의 욕망을 부모가 알아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 따라
서 “우리 ○○가 이걸 정말 갖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먼저 자녀의 마음을 읽어준 뒤 왜 그걸 지금 사면 안 되는지 설명하는 게
좋다.
부모의 소비 습관도 본보기가 돼야 한다. 자녀와 장을 볼 때 손에 집히는 대로, 혹은 1+1 할인이라고 해서 살 게 아니라 목록을
적어서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본 자녀는 ‘소비는 즉흥적인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구나’라고 배우게 된다.
이 소장은 “욕망조절을 잘하게 되면 단지 소비생활에서뿐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힘, 앞가림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
했다.
욕망조절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면 다음 단계인 용돈 교육으로 넘어가도 좋다. 흔히 경제교육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실물경
제 교육이나 각종 체험활동은 욕구 조절과 용돈 사용을 적절히 할 수 있게 된 뒤에 하는 것이 좋다.
용돈은 제약 조건 아래 스스로 욕망을 배분하고 통제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가정형편과 돈의 사용 범위가 저마
다 다르니 적정 액수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빠듯하게 주는 것이 좋다. 부족한 듯 줘야 돈의 가치를 알 수 있고, 욕망조
절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대신 부족한 부분은 ‘홈 아르바이트’(홈알바)로 벌어 쓰도록 한다. 홈알바란 ‘아버지 구두 한 켤레를 닦으면 1000원’, ‘거울을 닦
으면 2000원’ 이런 식으로 가정 내에서 노동의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을 말한다. 홈알바가 과연 교육적인지 의심하는 부모들이 있
는데,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충분한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대가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방 정리나 심부름같이 가족 구성원으로
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공부처럼 학생의 본분과 관련된 일에 대가를 주게 되면 자녀는 자칫 이기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홈알바 횟수나 범위, 액수를 사전에 지정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화장실 청소할 건데 얼마 줄 거예요” 이
런 식으로 자녀가 부모와 협상하려 하거나 홈알바를 주도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 소장은 “요즘도 ‘어려서부터 돈을 알면 되바라진다’는 생각에 경제교육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시행착오
도 겪어봐야 올바른 경제관념을 기를 수 있다”며 “부모가 자녀 경제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희망에서 행복으로 복지뉴스>
|